wish list

my wedding

acowa 2009. 1. 23. 12:27

 여자라면 누구나 결혼에 대한 로망과 환상이 있기 마련, 나 역시 그렇다. 어릴 적 부터 스물 여섯에는 꼭 결혼하겠다고 말해왔던 나인데, 이제 정말 스물 여섯이다. 아 이렇게 빨리 스물 여섯이 될 줄이야. 어릴 때 생각했던 스물 여섯은 완벽한 나이였다. 완벽히 어른이 된 나이, 완연한 여성, 20대 정점의 아름다움, 뭐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스물 여섯이 되어버린 지금, 나는 그렇게 어른이 되지도, 완연한 여성이 되지도 못했을 뿐더러, 급속히 진행되는 피부 노화로 20대 정점의 아름다움은 이미 지나버린 것만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물 여섯의 내가 아직도 이토록 철없고 어릴 거라고는. -ㅁ- 그래서일까, 어릴 때 부터 늘 일찍 결혼하고 싶어했던 나인데, 결혼은 아직도 나에게 먼 이야기인것만 같다.

 어렸을 때는 마냥 로망이었을 뿐인데, 요새 부쩍 하나 둘 씩 주변에 결혼하는 사람들이 늘면서...나의 결혼식에 대한 상상이 좀 더 구체적으로 현실감 있게 와 닿고 있다. 화려하거나 거창한 결혼식을 하고 싶은건 아니지만, 소박하되, 아름답고 고귀한 결혼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대학시절 학교 캠퍼스 잔디밭에서 가끔 야외 결혼식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수도 없이 하얀 하이웨스트로 떨어지는 A라인의 쉬폰 드레스를 입고 화관을 쓴 채 환하게 웃는 나를 상상했었다. 자그마한 교회에서 자기가 직접 만든 소박하지만 아름다웠던 부케를 들고 결혼한 사촌언니의 결혼식을 보면서는, **컨벤션 웨딩홀, **결혼회관 같은데서 하는 20분 짜리 초스피드 결혼식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이후에도 여러 결혼식을 다니면서, 신부도 안우는 결혼식 축가에 내가 감동을 받아 눈물을 짜는 일도 여러번이었다. '아 결혼식 때 나 엄청 우는거 아냐, 아 화장 지워지면 최악인데' 같은 생각도 해보면서, 그래, 역시 즐거운 결혼식이어야 겠다고 늘 생각해왔다. 결혼식이 끝나기 무섭게 우르르 몰려가 밥 먹고 바삐 제 갈 길 가는 그런 결혼식 말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은 아닐지라도 내가 아끼는 소중한 사람들, 나의 결혼을 기뻐해줄 사람들과 파티를 즐기듯이, 그렇게. 예식이 끝나면 가벼운 식사와 함께 와인 이나 샴페인 정도를 곁들이는 것도 좋겠지, 가능하다면 분위기 좋은 곡에 맞춰 춤을 추는 것도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니 결혼식이 늦은 오후면 좋겠는 걸. 해가 질 무렵의 야외 파티는 왠지 한 껏 낭만적일 것 같다. (말하고 보니 거창하고 돈 많이 드는 결혼식이 된 것 같;;;) 뭐, 어디까지나 로망이니까 - 

 그리고 무엇보다 오래된 나의 로망은, 역시 웨딩드레스. 

 나의 결혼식엔, 심플하고 깨끗한..느낌의 튜브탑 드레스를 입고 티아라를 쓰고 싶다. 어깨가 드러나는 튜브탑 드레스에 화려하지 않은 은은한 면사포를 쓰고, 봉긋하게 넘긴 머리위로 반짝이는 작은 티아라. 팔까지 올라오는 긴 장갑 위에 파스텔톤의 화사한 부케를 들고. 그리고 내 특유의 좋아 죽는 미소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