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box
그 남자 그 여자
acowa
2009. 7. 25. 21:15
"그냥 있을까.. 아니면 나 먼저 갈까?"
이런 날은 아무래도 남자가 혼자 있고 싶어 할 거 같아서
여자는 그렇게 물어봅니다.
무슨 일인지 알 순 없으나..
어쨋든 여자와 남자 둘 사이의 문제는 아니고,
아마 회사 일인 듯 한데, 어차피 물어도 대답은 안 할거고..
그리고 이럴 때는 으레 혼자 있고 싶어 했었고..
그런 생각 끝에 여자는 이미 핸드백을 집어든 상태.
남자는 예상대로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그럴래? 그럼 오늘은 먼저가고 내가 내일 전화할께."
그렇게 말하는 남자의 얼굴에는 언뜻 고마움 같은 것도 나타납니다.
'혼자 있고 싶어 하는거 이해해줘서 고마워' 그런마음.
먼저 간다고 말은 했지만 혼자 남겨두는 것도
혼자 가야 하는 것도 못내 아쉽고 서운한 여자
그래도 애써 표정을 감추며 손을 흔듭니다.
소리 나지 않게'갈게' 입모양을 만들어 보이며.
왜 너는 나와 고민을 나누지 않는가?
연애를 처음 시작하던 시절 그건 두 사람이 가장 자주
싸우던 주제였습니다.
'왜 너는 나와 고민을 나누지 않는가?
왜 나는 너의 모든 것을 알 수가 없는가?'
이것이 여자가 서운한 이유였고,
'말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니까 그렇잖아..좋은 것도 아니고
둘이 같이 고민할 필요가 뭐가 있어'
이것이 남자가 입을 다물던 이유였죠.
이유는 서로에게 더 잘하고 싶어서 였지만,
결과는 서로에게 피곤함만을 안겨주었던 말다툼.
하지만 이젠 그런 다툼 대신 혼자 조금 미안해하고,
혼자 조금 아쉬워하며
서로의 방식을 이해하게 된 두사람.
카페 문을 나온 여자는
'뭔지 몰라도 잘 풀려야 할텐데.. 문자 메시지를 보낼까?
아니다, 생각하는데 방해 되겠지'
남겨진 남자를 걱정하며 버스정류장으로 타박타박 걸어가고.
카페 안에 앉아있는 남자는
'혼자 가느라 심심해 하겠네'
여자의 쓸쓸했던 뒷모습이 못내 마음에 걸려서 결국
전화기를 꺼내 듭니다.
곧 딩동 여자 핸드폰이 울리고 도착한 남자의 문자메세지.
"니 걱정 하느라 내걱정이 뭔지 까먹었다.
아직 버스 안탔으면 정류장에서 기다려줄래?"
그대의 복잡함에 내 외로움을 양보하고...
그대의 외로움에 내 복잡함을 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