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by day
감사
acowa
2010. 3. 14. 21:30
그러니까 나는 작년 이맘때
뻔할 뻔자로 가는 듯한 내 인생은 도저히 안되겠어서
냅다 핸들을 왼쪽으로 꺾어버렸다.
그렇게 급 좌회전으로 다른 길을 접어 들고 보니
아 세상에 이렇게 여러 갈래의 길이 있었던 것을,
고속도로를 타지 않으면 안되는 줄 알았잖아.
안틀었으면 못보고 지나쳤을 아름다운 것들을
나는 하마터면 놓칠뻔 했잖아.
언제나 즉흥으로 살아왔던 내 인생이지만
사실 그건 즉흥이라기 보다 내 안에 차곡 차곡 쌓였던 조각들이
어느 순간 하나의 덩어리로 뭉쳐저 뻥하고 터져 나온 것일뿐이었다는 걸
나는 이제야 겨우 눈치챘는데.
쭉 가는 고속도로를 타고 시원하게 빨리 가든지
구불 구불 산길을 돌며 녹음을 감상하던지
창문 밖 바다를 끼고 해안을 따라 달리던지
어느 길을 가든 그것은 각자의 선택.
그저 나는
내가 겁없이 핸들을 꺾어 버릴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고
감사하고
뭐 그저 감사하다는 말 밖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