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hblah

애완동물이 필요해

acowa 2008. 8. 26. 21:46


주말에 신도림으로 마실 나갔다가, 우연히 애견샵에서 강아지 무료분양중인 것을 발견! +ㅇ+

 

아웅 귀여워 >_ <



 이제 한 달도 채 안된것 같은 강아지, 너무 이뻐서 한참을 떠나지 못하고 총총거리며 아가들을 구경했다. 요크셔, 슈나우져, 말티즈 이렇게 3마리가 무료분양중이었는데, 정말 당장이라도 데려오고 싶을 만큼 너무너무너무 이뻤다. 그러나 혼자사는 팔자로서는 도무지 키울 엄두가...;ㅁ; 그나마도 고양이라면 모를까, 강아지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걸 알기에 억지로 애써 발걸음을 돌렸다.

 어릴적엔 강아지라면 무서워서 벌벌 떨었는데, 심지어 슈퍼에 심부름 보낸 내가 하도 오지 않아 엄마가 찾으러 갔더니 강아지가 떡지키고 있는 골목을 못지나가서 쪼그리고 앉아 훌쩍거리고 있었더란다. 그러다 초등학교 3학년 무렵인가, 우리 아빠의 절친한 친구분이 키우던 족보있는(?) '삐삐'라는 이름의 푸들이 있었는데, 삐삐가 새끼를 낳자 아빠(실은아저씨)가 생일 선물로 한마리를 데려오면서 드디어 강아지와의 친분이 형성되었다.. 이름은 '쮸쮸'. 그런데 쮸쮸는 집안의 서열을 너무나도 잘 알고있어서 우리 동생 - 그때 당시 나이 5살 - 너무나 얕본 나머지 할퀴고 깨물고 난리가 아니었다. 동생이 쮸쮸를 안으려고 하면 쮸쮸는 온몸을 비틀며 바둥거리기 일쑤였는데, 어느 날은 드디어 동생얼굴에 큼지막한 상처가 여럿 생기는 사단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1년 남짓을 우리집에서 보내던 쮸쮸는 결국 동생과의 불화및 괘씸죄등의 이유로 엄마 '삐삐'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나서 내가 대학교 3학년을 휴학하고 서울에 있던 무렵, 동생이 '외롭다'는 핑계로 친구네서 강아지를 데려왔는데, 그것도 방정맞기로 소문난 잉글리시 코카스파니엘,'뽀동이'. 처음 봤을때는 어찌나 이쁘던지 살아있는 인형처럼 이뻐서 밖에 있다가도 뽀동이 밥을 챙겨주러 집에 들어가곤 했다.



뽀동이. 생후 30일 되었을 즈음


이녀석은 어찌나 똑똑한지 우리집에 온지 3일만에 화장실을 가리고, 간식이 먹고싶으면 알아서 공을 굴리는 센스가 있었다. 내가 서울에서 내려온 다음 부터는 휴학생 신분으로 하루종일 뽀동이와 단 둘이 지내게 되었는데, 그 즈음 휴학생 신분과 다가올 4학년에 대한 걱정으로 힘든나날을 보내던 나에게 뽀동이는 유일한 친구였다. 내가 낮잠을 자면 옆에서 사람인냥  벌러덩 누워 자기도 하고, 내가 우울해하면 평소 그 야단법석의 성격은 어디가고 가만히 내 무릎에 앉아서 나를 빤히 쳐다보곤 했다.





 한가지 단점이 있다면 낯선사람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것인데, 특히 택배아저씨나 A/S아저씨가 오면 묶어둔 줄이 끊어질 정도로 발버둥을 쳐서 아저씨들이 적잖이 당황하곤 했다. 낯선 사람을 좋아하다 보니 친구들을 데려오면 매일 밥주고 놀아주는 나보다 친구를 더 반기는 통에 친구들도 무척이나 이뻐라 했는데, 하루는 2명을 데리고 갔더니 늘 미친듯이 반기던 친구는 본 척도 안하고 처음 본 친구한테 가서 들이대는 특이한 습성의 강아지였다.


 그런데 이녀석이 내가 다시 조금 바빠져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니 코카 특유의 습성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주로 전선 끊기가 특기였는데, 늘 집에 돌아오면 끊어진 멀티탭을 아빠 몰래 새 것으로 교체해두는 것이 일이었고, 종종 메가패스 선까지 끊어놓곤 했다. - 그러고도 감전이 안된걸 보면 신기하다;;-


 

  대략 청소년 시절의 뽀동이



 뽀동이의 말썽이 도를 넘자, 마당이 있는 외삼촌집에 주자는 아빠의 말에 뽀동이가 나가면 나도 나간다(?)고 항쟁하며 뒷수습에 여념이 없었는데, 한날엔 기어이 현관 장판을 다 조각내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 날 밤 나는 아빠와 밤새 뽀동이를 가지고 막판 협상을 벌이며, 조각난 장판을 퍼즐 맞추듯 맞춰 붙여 놓았는데, 그 다음날 집에 와보니 죄다 도로 뜯겨진 조각을 보고 그나마 남아있던 항쟁의지도 다 꺾여버렸다. 그렇게 수 많은 멀티탭과, 메가패스, 그리고 현관 장판과, 단 하나뿐이던 내 수제화까지 없애고 나서, 뽀동이는 마당이 넓은 외삼촌 집으로 이민을 갔다. 그래도 뽀동이를 끔찍히 아끼던 내가 섭섭할까봐 엄마가 나 없는 새 몰래 뽀동이를 데려다 주었는데, 엄마말에 의하면 뽀동이는 삼촌집에 다다라 차에서 내리자마자 마치 10년전에 만난 옛주인을 만난듯, 뒤도 안돌아보고 외삼촌에게 미친듯이 달려갔다고 한다...나쁜노므시키..

 그래도 가끔 뽀동이가 많이 보고싶다. 정이 너무 많이 들어서 일부러 그 이후론 보러가지 않았는데, 엄마말로는 아주 장군(?)이 되어간다는...

 혼자 지내다 보니 살아있는 생명체가 그리운것일까, 부쩍 강아지가 기르고 싶다. 집비우는 시간이 많아 기르기엔 아직 무리고, 고양이는 혼자서도 잘 지낸다기에 생각도 했었는데, 그나마도 좁은 오피스텔 때문에 엄두가 안난다. 나중엔 꼭 이쁜 강아지를 길러야지. 다음 강아지 이름은 뽀송이? 뽀송뽀송.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