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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지박령의 삶
acowa
2022. 11. 5. 04:44
요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새로 발견한 동네 도서관 📖
도서관에 앉아 책 보고 글 쓰는게 이렇게 좋을 일인가, 싶을 만큼 좋다. 다른 사람들은 뭘 읽을까 구경하고, 하릴없이 시간 보내는 은퇴한 할머니 처럼 하루를 보낸다. 이런 시간이 얼마나 필요했던 걸까. 나는 얼마나 지쳤던걸까.
아직은 조금도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시작은 한 두 달이었는데, 열어보니 한 두 달로 될 것이 아니었다. 좋아지고 있지만, 내가 있던 곳은 내가 생각했던 출발지점이 아니었다. 지금으로서는 언젠가 다시 일을 할 수는 있는걸까 싶다. 아직 멀었다는 사실 하나만 생생히 명료하다.
쉴 수록, 쉬면서 나를 들여다 볼 수록 끝도 없는 상흔과 잔해가 고개를 내민다. 돌아보니 나는 스스로에게 힘들어 할 시간 조차 허락하지 않았더라. 어차피 힘들어 했으면서.
터널은 생각 보다 깊고 길었고, 이제 겨우 출구를 찾아 걷기 시작했다. 서두르지 않으리라. 석 달도 길어 보였지만 한 발치 물러서 길게 보면 내 인생의 석 달쯤 기꺼이 내어줄 수 있다. 서두르지 않을테다. 나에게 힘들어 할 시간을 줄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다시 올라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