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기꺼이
acowa
2022. 12. 4. 19:52
끝까지, 사과 조차 제대로 한 번 하지 못하는 너를 이해하는 나를 그만 미워하기로 한다. 마지막까지 모른체 하는 너를, 그런 니가 이해가 되지 않는게 아니라서 괴로운, 이해하지 못해 안달인 내가 너무 싫었던 나를 용서하기로 했다. 오래 미워할 수 없어 그 마음이 더 괴로워 어떻게든 이해하고 싶어하는 나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나 혼자 너를 용서하는 것 따위 아무런 의미 없겠지만 나를 미워했던 나를 용서하는 건 비로소 의미가 있는 일일게다.
상처 받았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아닌척 몸부림 쳤던 자신을 이제 꺼내놓기로 한다. 상처받은 적 없이 치유할 수도 없음을 이해했다. 제일 먼저 그것이 상처였음을 알아차리고, 보듬고, 돌보아야만 나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언젠가 이 마음에 동여맨 붕대를 풀어내리라. 그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시 두근거리며 봄 날의 해를 쬐리라. 기꺼이 다시 맨 살을 내 보이리라. 지금까지의 내가 그렇게 빚어졌듯, 기꺼이 다시 상처 받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