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hblah
혼자 살기
acowa
2008. 10. 2. 01:58
3일 내내 서점으로 출근했다.
이번 휴가 계획 중 하나가 '하루에 책 한 권씩 보기'('읽기'가 아니라 '보기'다;)였는데, 목표 이상으로 책들을 해치워나가고 있다. 사실 바쁘디 바쁜 일정 속에 서점에 3일 연속 출근하게 된 이유는 박지영씨의 신간을 사기 위해서였다. 박지영씨는 내가 근래 들어 가장 좋아하고 또 닮고 싶은 분.
그녀는 잡화를 모으는게 취미인, 한 때는 웹 디자이너였던, 웹 기획자다.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여행을 하는.
이 쯤이면 내가 왜 그녀를 좋아하는지 더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 :)
25일 출간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저께 처음 서점에 갔는데 아직 책이 깔려있지 않아 돌아오고, 어제 다시 부푼마음으로 갔더니, 역시나 입고는 되었으나 재고가 없다는 것. 집에 가는 길에 책을 볼 요량으로 한 껏 들떠있던터라, 그 길로 시내 대형서점이란 서점은 죄다 쓸었건만 어디에도 아직 들어와 있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일어나자 마자 서점에 전화해 책이 입고되었는지, 서고에는 꽂혀있는지, 재고는 얼마나 있는지 파악한 후 가장 재고가 많은 서점으로 직행했다.
나는 정말 마음에 드는 책, 특히 소장용으로 고이 갖고 싶은 책은 꼭 서점에 가서 사는데, 그럴때면 절대로 서점에서 도서검색을 한다거나, 북마스터에게 책의 위치를 묻거나 하지 않는 나름의 규칙이 있다. 갖고 싶은 책 일수록, 일부러라도 그 책에 대한 생각이나 이미지를 떠올리며 찬찬히 다른 책부터 둘러보고, 시간을 끄는 버릇이 있다. 뭐랄까, 시상식의 대상 수상을 남겨두고 시간을 끄는 재미 같은거라고나 할까. 절대로 그 책이 있을법한 코너를 먼저 찾아가지 않고, 눈길이 끄는대로 서점 여기저기를 돌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것을 나는 좋아한다. 그 책과 나의 첫 만남이 무언가 특별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후후. 우연히 코너를 돌다가 '이주의 신간' 같은 코너에서 찾던 책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은 정말!
오늘도 어김없이 찬찬히 책을 찾아야 했는데, 며칠 째 헛걸음을 해서인지 다른 날 보다는 마음이 급했던 듯. 그래서인지 들어서자 마자 가장 먼저 눈길이 간 코너(비소설 신간)에 떡하니, 그것도 나와 가장 가까운 모서리 부근에 책이 놓여있더라는. 흐흐
하필이면 제목도 '혼자 살기' 가 아닌가?!사진집이 나온다는 말을 듣고 오래 전 부터 내내 기다려왔는데, 나오고 보니 한 권의 예쁜 에세이집 같다. 사진과 글 속에서 그녀의 감성을 보고, 또 나의 메마른 감성들을 돌이켜 보면서 시간이 가는 대로 나를 너무 내버려 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친다.
너무 나를 잊고 살았어,
나는 그 누군가에게 나이기 위해 몸부림 칠 것이 아니라,진정 내 스스로에게 먼저 '나'이어야 하는거다.
어쨋건 책은 g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