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방식이라는 것, 저 태평양 바다의 모래알 수 만큼이나 다양할 수 있는 거였다!
난 사람이란 다 거기서 거기인지라, 같은 종, 같은 인종, 같은 문화권, 같은 나라 속의 사람들이니 하나의 거대한 흐름으로 묶여있을 거라 생각해왔는데, - 물론 그런 흐름은 있겠지만 - 그 안에서도 너무나도 각각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지 않나, 하물며 피를 나눈 가족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어쩌면 이제까지 너무나도 나와 비슷한 사람들 속에서만 살아왔던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제야 그런걸 깨닫다니.
사고방식의 차이, 이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면서도, 모든 관계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 끌리기도하고, 또 같은 이유로 이별을 하기도 하고, 엉뚱한 사고방식이 재미있어 친구가 되기도 하고, "아 쟨 정말 개념이 없어" 하며 선을 긋기도 하는 것. 물론 어찌 그게 사고방식 때문만이겠냐 마는.
어릴 때야 누군가와 친해지는 건 슈퍼에서 과자 사먹는 것 만큼이나 쉬운 일이었는데, 머리가 커 갈수록 어떤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것은 그만큼 어려워 진다. 점점 또렷해지는 사고방식과 가치관들 속에서 서로 부딪히지 않으면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기란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원 짜리를 줍는 일 만큼이나 어렵지 않은가. 그렇다고 이 좋은 세상 나 몰라라고 혼자 살기엔 살짝 아쉽고. 결국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누군가를 평생 찾아다니는데 힘을 쏟기 보다는 나와 맞춰 나갈 수 있는 누군가를 찾는 편이 훨씬 수월한 일일 것이다. 사실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들 끼리 모여서는 발전이 없지 않은가 발전이.
뭐 어쩐다 해도, 역시 나와 다른 누군가를 받아들이기란 녹록치 않은 일임이 분명하다. 나름대로 자신은 유들유들한 성격이라 믿어왔던 나도 여러 곳에서 부딪히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적잖이 당황하고, 선을 긋고, 어쩔 수 없는 관계들을 근근히 유지하느라 애를 쓰게 되는 것이다. 근데 또 그게 당연한 것 아닌가. 하물며 내 친동생과 나도 그렇게 생각이 다른데, 몇 십년 동안 모르고 지내던 사람들의 생각이 다른 것이야 당연한 것을, 여전히 나는 너무나도 태연히 지날 수 있는 일들을 어렵게 받아들이고 있는 모양이다.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비판의 잣대 부터 들이대는 사람들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모든 일에는 나름의 이유와 기준이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입장이나 상황여하 불문하고 무조건 까(?)고 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그 사람이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을 이해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일단 이해해버리고 나면, 뭐라고 하지도 못하는 소심한 성격도 아마 한 몫 하고 있을거다. 이해가 능사는 아닐지 모르나, 좀 더 유연한 자세로 상대를 바라볼 수 는 있지 않을까. 그것이 내가 지금 이야기 하려는, 그리고 내가 하려는, 사고 방식의 차이를 받아들이는 방법이다.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되, 받아들일 줄 아는 것. 나와 다르다고 해서 선을 긋지 않는 것.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그 사람의 모습을 이해할 줄 아는 것. 상대의 마음 속 깊이 숨겨둔 진심까지도 헤아릴 줄 아는 것. 그러면서도 나 자신만의 무엇을 잃지 않는 것. 아주 어렵겠지만 언젠가는 그런 포용력을 갖게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모든 관계의 방향이 바로 그 점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다해 진심을 전하는 것', 그리고 '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