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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무언가를 끄적이고 싶어서 창을 열어 놓고서는 한참을 지나도록 멍하니 있다. 무언가 이야기를 풀고 싶지만 마땅한 주제가 있거나 그렇다고 내 얘기를 하고 싶은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아마도 그냥 누군가를 붙잡고 한참을 떠들고 싶은 모냥이다. 아마도 어떤 낯선 사람에게.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가 있다.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주는 매력은 그 사람이 나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이나 정보 없이 내 이야기가 받아들여지고 비춰진다는 점 일거다. 나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으므로, 내 이야기가 조금은 더 투명하게 전달 되지 않을 까 하는 나의 기대, 혹은 바람. 나를 잘 알고 있는 사람과의 대화는 짧은 몇 마디 에도 내 의도나 진심이 전달된다는 점이 좋은데, 어떤 때는 이렇게 전혀 나를 모르는 사람이 주는 느낌이 더 편안할 때가 있다. 예전엔 그럴 때면 채팅을 주로 했던 것 같은데, 어느샌가 채팅은 마치 성인대화나 급번개를 위한 수단 같은 것 처럼 되어버린 것이 조금 안타깝다.

 나란 사람은 마음에 말을 담아두고 사는 타입이 아니라 늘 내 안의 것을 밖으로 쏟아내는 데 열심이게 된다.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은 둘 째 치고, 감추고 싶은 말 조차 표정으로 다 드러나 버리니 무슨 수가 없다.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것은 죄가 아니라고 나름 위로해가며 살고는 있지만 보여주려 하지 않아도 다 보이는 내 속은 어쩔 도리가 없다. 나아가 넘치는 말 속에서 생기는 몇 가지의 후회, 그 말은 하지 않아도 됬을텐데, 난 또 말을 너무 많이 했어, 하고 자책하고 나면 말을 줄여야 한다는 강박에 또 어색하리 만치 말 수가 줄어버린다. 적당한 선 - 언제나 내게 있어 적당함이란 어렵다.  

 나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무언가를 또 이렇게 쏟아내고 싶은 걸까.

 어쩌면 당신에게 전하지 못했던 말들을, 나를 모르는 당신에게, 허공에 대고 입을 모아 나즈막히 읊조리는 기분으로, 그렇게 얘기해 버리고 싶어진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