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누군가는 나에게 '아직도 그런 말랑말랑한 글을 써대며 자기 연민에 빠져 있냐' 라고 했던 적이 있다. 웃으며 한 말이고 웃으며 들은 말이라 쉬이 넘겼지만, 오히려 처음 들었을 때 보다 그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져 내 안에 묵직히 자리잡고 말았다.
'자기연민'이라.
내가 가장 잘 쓰는 말 중에 하나는 '그런게 아니라~'.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나의 행동이나 말이 곡해되거나 할 때, 나는 지독히도 나의 의도나 진심을 설명하려 애쓴다. 모르면 몰라도 좋으련만, 굳이 나는 내 마음 깊은 곳 바닥까지 드러내려 안간힘을 쓰고, 그래서 완연한 소통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끝끝내 접지 못한다. 그러다 결국 어느 순간 나의 의도나 진심이 전달되지 않는다고 느껴지면 빠른 속도로 싸늘하게 식어가다 이내 방관자의 태도로 돌변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은 단 한순간도 '자기연민'을 위한 의도나 행동이 없었다 할지라도,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것에 얼마든지 '자기연민'이라는 딱지가 붙을 수 있는 것임을 왜 몰랐을까. 아니, 딱지가 붙는 것이 아니라, '자기 연민' 인 것을 말이다.
내 행동이 어떻다 한들 내 의도가 그것이 아니었다고 해서 그것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 내가 누군가를 죽여놓고 죽이고 싶지 않았다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나, 그렇게 생각하니 그간 쌓여왔던 내 안의 탑이 일순간 무너졌다.
두서없이 내가 지금 적으려 하는 말은, 이제 더 이상 나는 내가 의도한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려한다는 것이다. 받아 들일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받아들임, 좋은 것만 안으려 했던 나의 나약함으로 부터 한 발짝 떨어져보려는 것이다. 자신의 보잘것 없음을 받아들이고, 아프고, 아프고 난 뒤 더 넓어진 자신으로 살기 위해서.
더 이상 내가 생각해오던 내가 아니다. 이것은 분명히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