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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hblah

10:05 AM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서, 창문으로 빛이 희미하게 새어들어와 눈가에 어슴푸레 빛이 닿을라치면 단 번에 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뜨게 되었다.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조금이라도 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기 위해 일찍 일어난다. 지금 일어나야 조금 이라도 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무언가 꼼짝하기 싫은 자신을 억지로 구겨넣어 몸을 일으키고, 내키지 않는 걸음을 해야 하는 그 순간 까지,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것이라고 해야겠지. 눈 뜨기가 무섭게 세수도 마다하고 밥부터 차리기 시작해서, 밥이 되어가는 동안 한 손에 든 씨리얼을 해치우고, 관심도 없는 뉴스를 틀어놓은 채 멍하니 앉아 듣는 둥 마는 둥 밥을 먹고, 한 시간 쯤 책을 뒤적거리거나 노트북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분주함.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해야 할 것을'하지 않는 다는 내 죄책감에서 비롯된 표현인지도 모른다.

  조금 지겹고, 조금 답답한 계절을 나는 Travis와, 씨리얼을 잔뜩 말아 넣은 밍밍한 우유와, 몇 권의 책에 기대어 보내고 있다. 다행인 것은 시간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고, 불행인 것 역시 시간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 이 계절은 금방 지나겠지만, 나는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지도 못해 이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