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자그마한 원룸.
빌딩이나 아파트 촌을 피해 사람 냄새 나는 동네에 어렵사리 구한, 지은지 얼마 안된 전세.
집에 들어서면 하얀색 식탁겸 책상으로 쓸 수 있는 긴 탁자가 있고,
그 위에는 24인치 아이맥. 흐흐.
나의 영원한 로망 빨간색의 코즈니산 푹신한 소파와 깨끗한 커튼이 하늘거릴 수 있는 커다란 창이 있고,
업그레이드 된 부엌.
오븐을 들여놓고, 아니면 미니 오븐이라도, 매일 맛있는 요리를 해야지.
하얀색 주방은 잘드는 독일제 칼이 3개 쯤 걸려 있으면 좋겠고,
훌륭한 핸드믹서 하나쯤 있어준다면 더 바랄게 없겠지.
마트 사장님과 절친이 되어 1년 식재료 무상 지급 쿠폰 이런 것도 받고 싶지만...그건 역시 무리.
냉장고는 보통정도의 크기, 원룸용은 많이 들어가질 않아서 안돼 -ㅅ-
조금 더 욕심을 내 집에 적당한 베란다가 있다면,
그 앞에 조그만 티 테이블과 기다란 쇼파를 놓아야지.
그리고 커다란 책장을 가까이에 놓아 언제든 차와 책과 야경을 동시 감상할 수 있도록.
소리가 빠방한 스피커와 야마하 키보드를 두고 뚜그당 뚜그당 거릴 수 있다면 더 좋고.
창 옆 빈 벽에는 선물받은 세계지도를 벽에 붙여놓고,
세계여행중 찍은 사진 몇 장을 인화해 함께 붙여두기.
한 켠에는 그리 높지 않은 좋은 매트리스의, 더블사이즈의 침대를 놓고, 푹신한 양모이불.
침대 한 켠에는 지금은 나를 떠나있는 그리운 달.
내 방엔 달이 떠야 해.
머리맡 옆에는 베드 트레이와 간이 책장을 놓고,
다이어리와 몇 가지 잠안오는 밤을 달래줄 책들을 두고,
기분 좋은 아로마 향을 뿜는, 역시 코즈니에서 데려온 음이온 청정 가습기.
요리 책이 한 서른 권 쯤 있으면 좋겠고,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들을 일본어 원서와 한국어로 모두 소장하고 싶은 욕심.
그것들을 제하고라도 벽 한 면이 다 책이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소망.
주말이면 10시쯤 일어나 바구니가 달린 자전거를 타고 장을 보러 갔으면,
가다가 중간 중간 예쁜 주말의 풍경을 담아줄 좋은 카메라.
장봐온 걸로는 혼자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브런치를 만들어 먹고,
음악을 크게 틀고 책을 좀 뒤적이다, 오후 4시쯤 바지런히 준비해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박한 주말의 저녁 식사.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의 가볍고도 살가운 수다,
'응, 나 요새 좋아, 일이 재밌어.' 하고 말할 수 있다면.
사람들을 보내고,
새로 산 조용한 드럼 세탁기에서 내가 좋아하는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빨래를 꺼내 베란다에 가지런히 널기.
'지금쯤 뭐하고 있을까' 하고 궁금해 전화를 걸어서는 침대를 뒹굴 거리며
재잘 재잘 아무 용건 없는 통화를 몇 시간씩 할 수 있는 다정한 연인.
기분좋은 라벤더 향의 바디샴푸로 샤워를 하고,
아 - 인생이란 좋은 거야. 따위의 생각을 하며
푹신하고 보드라운 이불에 파고들어 지나가는 주말을 아쉬워 할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