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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hblah

위안


 그녀의 책과, 델리스파이스의 오랜 노래, 그리고 몇 가지 기억들에 기대어 숨을 고른다. 그 밤, 그 거리의 풍경과 냄새와 걸음 걸음의 발자국 소리가 생생히 스치고, 그 다음엔 누구의 것인지 모를 마음이 스친다. 다 기억할 수 조차 없는 그 날의 이야기들. 찰칵, 하는 셔터음, 그리고  가슴이 저릿할 만치 활짝 웃고 있는 기억속의 나. 무엇이 나를 그토록 웃게 했을까.

 과거에 기대어, 나는 미래에 살고 있다. 오지 않을 것들과 다가올 것들을 미리 느끼면서, 나는 느껴지는 모든 것들을 모른체 한다. 무엇인가가 잘못된거다 - 라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좋다. 무언가 더 바른 상태가 어딘가에 있다는 것이 나에게 위안이 된다. 

 오늘, 소금끼를 머금은 끈적한 바닷바람도 없이, 쏟아지는 햇살에 반짝이며 출렁이는 바닷물과 그것보다 조금 더 뽀얗던 하늘과 구름을 본 것이, 비가 온다던 일기 예보를 보고 기대하지 않았던 마음에 위안이 된다. 최소한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이렇게나 있으니, 적어도 한동안은 괜찮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당분간 마음은 여행을 보내둬야지. 나는 느리게 느리게,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