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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hblah

뭐, 나쁘지 않아


요새 이 곳에 자주 오지 못하는 이유는,
그러니까 그 이유를 잠자코 골똘히 생각해봤더니,

요새 온통 요리에 정신이 팔려 있기 때문에 -

라고 결론을 내렸다.

난 한가지에 몰두하면 다른 것은 잘 보지 못하니까,
근데 이게 참 문제인거다.

뭘 하고 있으면 전화소리도 잘 못 듣고 누가 불러도 잘 못듣고
노래를 듣느라 이야기를 잘 못듣기도 하고
운전하면서 전화는 절대 못할 뿐 더러,
심지어 운전중엔 대답도 잘 못한다니까.

암튼 동시에 두 가지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

나는
흥미 있는 일이면 뭐든 금방 빠져버리곤 해서 열심이게 되지만
그 흥미가 그리 오래가기란 또 쉽지 않아 
이 것 저 것 손 대고 벌려놓기 일쑤지만
정작 끝장을 보는 일은 드물어서,
하나에 꽂혀서 그거 하기 시작하면, 하던 건 나몰라라 내버려 두고
주변 사물, 사람, 상황, 모두 fade out 해버리고는
정줄 놓고 있기가 여러번.

그래도 뭐,
왜 그런 애 있잖아.
딱히 뭐가 대단하다 정말 잘한다 하나 내세울만한 건 없는데,
이것 저것 두루두루 나쁘지 않게 곧잘 해내는,
난 뭐 그런 타입인가 보다 하고 스스로 위로중.

블로그를 하고 싶다, 글을 쓰고 싶다, 요리를 하고 싶다, 다시 제대로 일 해보고 싶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어느 것 하나도 놓지도 쥐지도 못하고
하나에만 몰입하지도 못하고
그래서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거라고 늘상 자책해왔는데 말이지,

근데 오늘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렇게 두루두루 돌아가며
내 하고 싶은 것 그 때 그 때 조금씩 하며 살아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한가지만 죽어라 파서 제대로 하는 것도 좋겠지만
난 한 가지만 하다 죽기엔 궁금하고 하고 싶은게 너무 많은데 어떻게 하겠어.

이렇게 - 

내가 하고 싶은 것 조금씩 조금씩
내 wish list에 하나씩 줄을 그어가며
그렇게 살겠어.

뭐, 나쁘지 않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