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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hblah

될 때 까지 한 번,









 처음 요리에 재미를 붙여 신나게 만들땐, 그저 그럴싸하게 흉내만 내도 자신이 얼마나 뿌듯하던지, 처음 만들어 본 건데 이정도면 훌륭한걸? 하고 속으로 스스로를 추켜세우며 신나하곤 했었다. 어쩌면 그랬으니 지금까지 해올 수 있었는지도 모르지.

  그런데 요리를 하면 할 수록 욕심만 늘어서, - 그렇다고 어디서 제대로 배우거나 제대로된 책 한 권도 보지 않은 주제에 - 이제는 눈이 빠지도록 공들여 만든 요리가 내가 의도했던 맛이 나지 않기라도 하면 크게 실망해버리고 만다. 그렇다고 못먹을 정도로 엉망이 된 것도 아닌데, 단지 설탕을 많이 넣어 생각보다 너무 달아졌거나, 아니면 over cook 하는 바람에 수분이 많이 날아가 식감이 좋지 않다거나 할 때 마다, 나는 이내 곧 풀이 죽어 입맛이 뚝 떨어지는 버리는 것.

 내 열정과 애정이 담겼으니, 왜 실망하지 않을 수 없겠냐 마는, 따지고 보면 그렇다고 될 때 까지 열심히 다시 만들어 본다거나 더 연구를 한 것도 아니잖아? 물론 맘에 안드는 요리를 앞에 놓고 어디서 잘못 한 걸까 이리 저리 고민을 해보긴 하지만, 그것도 그 뿐. 또 다른 새로운 요리를 만들 궁리에 바빠 다시 제대로 만들어 보겠다 따위의 당찬 생각은 멀찌감치 제껴두고 새로운 꺼리에 몰입 또 몰입. 그래 내가 이렇다.

 그런데 이게, 그래 또 다시 생각해보면 그래. 처음엔 흉내만 내는 걸로도 만족해 했던 내가, 지금은 재료를 처음 썰고 다듬을 때 부터 완성 되었을 때의 모양과 색깔을 생각하고, 순서를 차분히 정해서 시간을 단축하고, 완성된 그 시간에 여러 요리가 같은 온도로 서빙 될 수 있을 타이밍을 생각하고, 양념과 재료의 궁합과 비율을 생각하며 요리를 하게 되었으니까, 그러니까 내 기대치와 기준이 저만치 올라갔으니 그걸 만족하는 요리가 되기 어려워진 것이 당연한거잖아. 

 잘하고 싶다. 더 잘하고 싶어. 어디가서 배우든지, 아니면 혼자서 죽어라 책을 파던지. 어쨌거나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만으로도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이야. 인내심은 눈꼽만치도 없는 내가 꾹 참고 차분하게 될 때 까지 해보겠다는 생각을 갖는것 자체가 말이야. 이건 분명 신나는 일이니까. 내 안에 무언가가 꿈틀 꿈틀 대는 느낌이, 무언가가 내 안에 꿈틀대며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이 생명력 가득한 느낌이. 

 내가 말했지, 극을 지나치면 나는 또 다른 내가 된다고. 될 때 까지 해볼께. 비겁하게 접어두고 피해가는 거, 잘할 수 있는 것만 골라 하는 거. 그렇게 하지 않을거야. 끈기 없고 지구력 제로인 내가. 이런 마음을 먹게 되었다니 기쁘다. 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