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lahblah

어머니의 밥 그릇




언제부턴가 '엄마' 라는 말이 슬프다.
엄마, 그리고 아빠, 부모라는 존재를 생각 하면 어느새 부턴가 그토록 가슴이 짠하고 애닲다.

어느 날은 엄마가 밥상에 놓인 생선을 보고 이런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8남매의 맏 딸로 태어나, '큰 딸은 살림 밑천'이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대 식구의 끼니를 챙기고 살림을 도맡아 해야 했는데,
10명이나 되는 입을 먹여야 했으니 여간 큰 살림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엄마는 아직도 손이 커 한 번 했다 하면 기본 3인분이다.)

그랬으니 밥상에 생선을 한 번 올리려고 해도, 한 점 먹기가 영 눈치가 보이는 것이 아니었는데,
엄마는 외할아버지가 생선 머리를 즐겨 드시기에 생선 머리를 좋아하시는 줄 알고
밥상에 생선을 올리거나 생선이 들어간 찌게나 탕을 끓일 때면
항상 머리는 먼저 떼어 외할아버지께 드리곤 하셨단다.

그런 엄마가 시집을 가서, 나를 낳고 나서야
할아버지가 생선 머리를 좋아하셔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자식들 먹으라고 그러셨던 것을 알았다고,
자기는 그것도 모르고 할아버지 한테 늘 머리만 드렸다며
엄마는 목이 메었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내가 중학생 무렵일까.
그 때는 그 이야기가 그냥 재밌는 이야기 같았는데,
이제는 나도 엄마를 생각하면 목이 메이니,

아, 엄마한테 생선이라도 구워드려야겠다.

머리는 내가 먹고, 
살은 예쁘게 발라서 엄마 다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