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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nout, I admitted it.

일 년 반쯤 전, 당시 다니던 회사에서 해주던 심리 상담에서 내 이야기를 쭉 듣던 상담사가 다짜고짜 당장 내일 HR과 매니저에 이야기 해서 한 달 정도 병가를 내고 쉬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 한 달 이나 병가를 줄리가 없다 생각했던 나는 말도 안된다고 했는데, 지금 병가를 내지 않으면 곧 mental breakdown 이 올 수 있다며 그렇게 되기 전에 쉬어야 한다고, 지금 쉬지 않으면 원치 않을 때 더 오래 쉬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가볍게 그 말을 무시한 나는 병가 대신 이직을 택했고, 그 사이 이 주 정도를 쉬고 입사 초기일테니 쉬엄쉬엄 교육이나 받자는 나이브한 해결책으로 갈음했다. 그 상담사의 말이 맞았음을 알게 되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멈춰야 하는 걸 알면서도 멈출 에너지도 없이 번아웃 되어 버린 나는 별 다른 방도가 없어 넘어진 나를 멱살 잡아 질질 끌고 가기를 일 년을 더 했다. 결국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머리와 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완전 번아웃 상태가 되었고, 운동을 하고 명상을 하고 무슨 짓을 해도 오로지 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상태가 되어서야 겨우 자신에게 쉬자는 결심을 쥐어줬다. 남은 잔고를 다 쓰더라도 나아질 때 까지 쉰다고 마음을 먹긴 했는데, 막상 어떻게 쉬어야 잘 쉬는 건지도 모르겠어 전전긍긍하고 있는 나를 보자니 답도 안나온다. 돌아가는 길이 더 멀어지기 전에 일단 급 브레이크는 밟았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조차도 생각이 되지 않는다. 지난 시간 스스로를 혹사 시킨 댓가를 치르고 있다. 그 사이 외면 한 시간 만큼의 이자까지 붙은.

그래도 간절히, 잘 살아 내고 싶다. 기왕이면 사는 동안 더 행복하길 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