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2) 썸네일형 리스트형 Happy Birthday 작년 생일은 응급실에서 보냈고 올해 생일은 열일하면서 보냈다. 그것도 초 빡씨게. 그러면서 비 쫄딱 맞고. 그래도 1년에 하루 인데 제대로 기분 내고 싶은 마음이야 왜 없었겠냐마는 아 정말 미친듯이 비를 맞아서 온 몸이 끈적끈적한게 뜨끈뜨끈한 물로 한바탕 시원하게 샤워하기 전까진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거다. 아무것도. 그러고 집에와서 샤워하고 그러고 뭐, 잤지 뭐. 그래 생일이 별건가 싶으면서도 떠뜰썩하게 호들갑 떨어주는 친구들이나 미역국은 니 손으로라도 끓여먹으라는 엄마가 생각나는건 어쩔 수 없는거다. 그래도 내 손으로 안끓인 미역국에 생일이라고 거하게 밥한끼 사주시는 지인에 취향 고려해주신 축하 카드에 나 그럭저럭 생일시즌 괜찮게 보냈다. 무엇보다도 이번 생일을 맞아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 내 생애 꼭 하루 뿐인 특별한 날 2 생일을 응급실에서 맞이하는, 평생 있을까 말까 한 경험을 했다는 것에 대한 알 수 없는 뿌듯함까지 얹어서, 내 스물 여섯의 생일은 그렇게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되었다. 생일 하루 전, 선물처럼 당첨된 시사회에 언니와 모처럼 기분 좋게 갔다가, 영화 보는 도중에 갑자기 몸살기운이 밀려 들어 안절부절 하면서도 끝까지 자리를 뜨지 못했다. 내가 좀 그렇다. 아파도 적당하면 참는다고 해야하나, 이건 미련한건지, 아니면 고집인건지. 여하튼 영화 시작 20분만에 시작된 그 몸살 와중에도 웃고 박수쳐 가며 재밌게 영화를 보고 나왔다. 나오자 마자 밀려드는 바람에 잔뜩 오한이 들어 몸까지 바들바들 떨려오고, 부랴부랴 지하철을 타고 몇 정거장쯤 지나니 슬슬 입에서 신음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환승역에서 지하철..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