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이유로 요새는 글을 쓰기가 어렵다. 자꾸 숨어드는 자신을 간신히 간신히 끌어내 보지만, 지나 온 듯 돌아보면 아직 그자리에 머물러 있는 까닭이다.
갑자기 글을 써야 겠다는 기분이 들어 보던 책을 덮고 노트북을 열었는데, 새로운 무언가를 쓸 수 있는 마음은 아니고, 임시 저장되어 있는 작성중인 글들을 조금씩 건드리다가, 아무것도 마무리 짓지 못한 체 임시 저장 버튼을 눌러버렸다.
[임시저장] 딱지가 붙은 제목들을 보고 있자니, 지금 그 글들을 다 담아낼 수 없는 까닭을 알 듯도 했다. '예민한 여자', '연애', '숙면', '10년 후에 들려줄 내 이야기' , '버려야 할 것' 따위의 것들. 지금의 내 손은 너무 차가워져 버려서, 손 끝에서 저런 이야기들이 써 내려가 지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