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어지간해서는 좀처럼 리뷰를 쓰지 않는 편인데, 왠지 이 영화는 꼭 내 느낌을 어떻게든 정리하고 결론을 내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이 든다. 뭐, 책을 읽기도 했고.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마음이 불편했다. 뭐랄까 마냥 웃어지지도 않고, 덕훈에게 너무 감정이 이입 되었나 보다고 나름의 결론을 내렸지만, 그것으로도 개운치 않았다.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이 조금 풀리긴 했지만, 어쨌거나 책을 빨리 읽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날 바로 읽어버렸다. 내게 책 속의 인아와 영화속의 인아는 조금 달랐다. 뭐랄까, 영화속의 인아보다 책 속의 인아가 조금 더 인아다웠다. 그녀는 손예진 만큼 이쁘지도 않았으며, 영화속의 애교 덩어리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조금 더 섬세했다. 책을 읽고 나자 인아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 속 장면에서는 표면적으로만 보였던 느낌들이 조금씩 이해가 되었다. 인아, 그리고 나는, 인생의 가치관에 있어 행복을 가장 우선시 한다는 점이 닮았고, 그로 인해 다른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점이 다르다. 나는 다른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싫고, 내가 받아 싫은 것은 남에게도 하지 말자는 주의로, 책 속의 인아를 보고 그녀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덕훈에게 준 상처와 고통을 납득할 수 없었다. 단지 인아가 세상의 통념을 깬 것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아니었다. 인아라는 인격체가 가진 가치관과 생각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인아가 했던 많은 노력과 이해, 사랑 그 이상으로 덕훈의 상처가 컸을거라는 생각을 접을 수 없었다. 사랑에도 어느 정도의 의리가 포함된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받아들여질리 만무한 주제인지도 모르겠다.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는 것이고 하나의 가치관에 맞추어 살아갈 필요는 없으니까. 만약 인아가 나의 친구였더라면, 나는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인아라면, 내가 덕훈이라면, 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누군가 '그럼 인아가 어떻게 했어야 할 것 같아?' 라고 물었다. 선뜻 말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왜 덕훈에게 말 한마디 한마디 조금 더 조심스럽게 할 수 없었는가다. 날카로왔다. 자신의 말이 덕훈에게 상처가 될 것을 알면서도. 사실을 표현한건데 말인들 어떠냐고 묻는이라면 나는 할 말 없다. 그 생각이 들자 내가 너무 그런 것들에 집착하고 있는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걸까, 그렇데도 할 수 없다. 나에겐 중요한 것이니까.
유달리도 영화를 영화로만 볼 수가 없는 영화다. 오랫동안 생각해야 할 숙제를 받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