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일본에 간다. 혼자 가는거면 좋겠다. 안 그래도 좀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데, 그런거면 정말 감사하게 다녀올텐데. 혼자 공원에 가서 낮잠을 잔다거나,(작년 오사카성 잔디밭에 누워 햇볕을 이불 삼아 잤던 낮잠의 달콤함이 아직도 남아있는 듯 해) 시모기타자와의 예쁜 카페에서 책을 읽는 다거나, 결국 여기 쓰진 못했지만 정말 대 만족이었던 올해 휴가처럼. 올해 휴가는 혼자 보냈다. 의도적으로. 뭐 매일 꼬박꼬박 누군가와 함께 하긴 했지만, 휴가의 절반은 혼자 보내려 노력했다. 혼자 보내는 휴가는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하릴없이 발 길 닿는대로 여기저기 많이 걷고, 또 가다 지치면 앉아서 책도 보고, 우연히 발견한 예쁜 카페에 가서 시원한 쥬스를 한 잔하기도 하고, 사진도 찍어보고. 누구나가 해봤을법한 아주 흔하고 사소한 일인데, 유독 혼자서는 무언가를 잘 하지 못했던 나에게는 정말 새롭고 신선한 경험. 혼자서 밥도 멋지 못했던 내가, 나 많이 변했다. 흐흐
가기 싫은 마음이 조금 있고, 가면 그래도 재밌게 보내려고 애쓸것 같은 예감이 조금 든다. 난 왜 그렇게 애쓰지?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말이지. 나의 가까운 사람들은 항상 그런 날 신기해 한다. 가끔은 그러지 좀 말라고 구박하기도 하고, 어딜 가서든, 누굴 만나든, 나는 늘 마찬가지인것 같다. 뭐 그게 나니까, 사실 별로 개의치 않는다.
요새 통 잠을 못자서... 가면 바쁘게 돌아다니지 말고 실컷 잠이나 푹 자고 와야지, 라고 생각해놓고는 일정표에 가고 싶은 곳을 잔뜩 적고 있는 나를 보자니, 또 뻔히 보이는 시츄에이션. 흐흐 그래도 기분전환이 되었으면 한다.
사실 요새 상당히 이상한 기분이 드는데, 그게 뭔지를 잘 모르겠어서 답답하다.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데 아무 이유없이 긴장이 된다거나, 아니면 편하게 기대 앉기 위해 자리를 아무리 바꿔 잡아봐도 여전히 불편하다던가, 하는 그런. 사소한 것 같지만 분명히 무언가가 있다. 잠을 자려고 누워도 머리속이 말똥말똥해져서 도통 잠들지도 않고, 또 그렇다고 괴롭거나 하지도 않다. 그런데 몸은 분명 수면부족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것 같다. 체력이 딸리는 듯 해 애써서 챙겨먹고 잘 먹고 다니는데도 살이 조금 빠졌고, 어제부터는 울렁증(이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지만)까지 생겼다... 분명 무언가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 근데 이번만큼은 나답지 않게 느긋하기가 어렵다. 살짝 성가실 정도의 편두통 처럼 찝찝한 기분이라 타이레놀이라도 먹고 치워버리고 싶은 기분이다. 지나가라 어서, 이것 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