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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by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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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그러니까 나는 작년 이맘때 뻔할 뻔자로 가는 듯한 내 인생은 도저히 안되겠어서 냅다 핸들을 왼쪽으로 꺾어버렸다. 그렇게 급 좌회전으로 다른 길을 접어 들고 보니 아 세상에 이렇게 여러 갈래의 길이 있었던 것을, 고속도로를 타지 않으면 안되는 줄 알았잖아. 안틀었으면 못보고 지나쳤을 아름다운 것들을 나는 하마터면 놓칠뻔 했잖아. 언제나 즉흥으로 살아왔던 내 인생이지만 사실 그건 즉흥이라기 보다 내 안에 차곡 차곡 쌓였던 조각들이 어느 순간 하나의 덩어리로 뭉쳐저 뻥하고 터져 나온 것일뿐이었다는 걸 나는 이제야 겨우 눈치챘는데. 쭉 가는 고속도로를 타고 시원하게 빨리 가든지 구불 구불 산길을 돌며 녹음을 감상하던지 창문 밖 바다를 끼고 해안을 따라 달리던지 어느 길을 가든 그것은 각자의 선택. 그저 나는 내..
Happy Birthday 작년 생일은 응급실에서 보냈고 올해 생일은 열일하면서 보냈다. 그것도 초 빡씨게. 그러면서 비 쫄딱 맞고. 그래도 1년에 하루 인데 제대로 기분 내고 싶은 마음이야 왜 없었겠냐마는 아 정말 미친듯이 비를 맞아서 온 몸이 끈적끈적한게 뜨끈뜨끈한 물로 한바탕 시원하게 샤워하기 전까진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거다. 아무것도. 그러고 집에와서 샤워하고 그러고 뭐, 잤지 뭐. 그래 생일이 별건가 싶으면서도 떠뜰썩하게 호들갑 떨어주는 친구들이나 미역국은 니 손으로라도 끓여먹으라는 엄마가 생각나는건 어쩔 수 없는거다. 그래도 내 손으로 안끓인 미역국에 생일이라고 거하게 밥한끼 사주시는 지인에 취향 고려해주신 축하 카드에 나 그럭저럭 생일시즌 괜찮게 보냈다. 무엇보다도 이번 생일을 맞아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
어느 특별한 아침 오늘은, 꿈 속까지 파고드는 시끄러운 알람 소리도 없이 다섯시 반 쯤 되었을 무렵 가볍게 눈을 떠서는, 여섯시가 되었을 무렵엔 우연히도 하늘에 둥실 둥실 떠 있는 열기구를 보았고, 시원한 우유에 좋아하는 씨리얼과 와플을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아침에 어울리는 페퍼톤즈의 Ready, Set, Go! 를 듣다, 갑자기 신나게 달리고 싶은 기분이 들어 그대로 세수만 하고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나가 햇살이 부서지는 바다를 보며 달렸다. 기분 좋은 아침. 왠지 이렇게 꼭 적어두어야 할 것 같은, 소소하지만 행복한 아침.
답답 정확히 37분 째, 이러고 있다. 제목을 바꾸고, 글을 바꾸고, 주제를 바꾸고, 순서를 바꾸고, 그러고 지우기를 벌써 세 번 째. 한 번에 그래도 열 줄 씩은 썼던 것 같으니까 꽤 되었는데, 쓰고 싶어서 쓰다 보면 내가 쓰려던건 이게 아닌것 같고. 그러니까 지금 무언가 쓰고 싶고 말하고 싶은건데 막상 쓰려니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대체 뭔가. 무슨 말이 안에 맴돌고 있는겐지, 토해 낼 수 없어 답답함만 차오른다.
뚝딱뚝딱 한 동안 바꿔야지, 바꿔야지, 하고 내버려 두었던 블로그를 어제 삘 꽂힌 김에 싹 바꿔 버렸다. 다른 블로그 - 그러니까 요새 꽂힌 '요리' 에 관한 - 를 하나 더 하느라 acowa는 영 손 놓고 있었는데, 그래도 acowa는 내 마음의 고향 - 사실, 그나마 요 며칠 acowa를 들여다 보게 된 까닭은 미각을 잃은 장금이도 아닌 것이 다이어트를 하라는 신호인가 갑자기 입 맛이 뚝 떨어져 버려서. 그래서 요리고 뭐고 통 안하고 있어서. 그리고 며칠 전 부터 이상하게 온 몸이 살짝 아리아리 한 것이 꼭 몸살이 오기 전 처럼 그래서, 아 난 그런 기분이 들면 꼭 뭔가 쓰고 싶어져. 오늘 하릴없이 뉴스를 뒤적거리는데 눈에 떡 들어오는 기사 제목 '온 몸이 아프면 관계의 병(?)' 그러니까 요는, 스트레스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