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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by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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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무엇도 아닌 나 이번 브레이크를 통해 내가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나 자신에 대한 이해다. 오랜 시간, ‘나는 왜 -할까‘ 하는 고민들에 늘 흔들렸고 그에 대한 주변의 반응에 흔들렸으며 그러니 나를 고쳐야 한다 여겼다. 그러나 이제는 나 자신이 아주 흔한 사고방식을 가진 편은 아니며 그러니 자연스레 타인에게 다름으로 인한 지적을 받을 일이 많을 수 밖에 없고, 그렇다 해서 그것이 틀렸다거나 고쳐야 할 대상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조금은 유별난 사고의 흐름을 깨닫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괜찮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니 오히려 달라서 튀어나온 그 부분이야말로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타인의 이해도 인정도 필요로 하지 않은 고유의 나 자신일 뿐이며 나는 그 다름으로 인해 존재한다는 것..
Read and write 쉬는 동안 내가 가장 많이 한 것은 읽기, 두 번째로 많이 한 것은 쓰기. 시간이 날 때 마다 이 도서관 저 도서관에서 책을 한 탑 쌓아놓고 마치 책 못 읽어 한 맺힌 사람 처럼 읽어제끼고 있다. 내가 이렇게 읽고 쓰는 걸 좋아했나 싶을 만큼 나 조차도 놀라운 양과 열정이다. 지난 십 년간, 나는 일과 공부에 관련되지 않은 그 어떤 책도 읽은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난 두어 달 동안 지난 십 년동안 읽은 것 보다 더 많은 책과 글을 읽고 썼다. 십 년치의 깨달음과 영감들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내 인생 가장 럭셔리한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럭셔리함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시간들의 정점을 지나고 있다.
passing by 예전의 내 얼굴이 담긴 사진들을 하나하나 들춰보다 달라진 것은 머리스타일이나 웃을 때 생기는 주름 같은 것 만은 아니라는 걸 깨닫자, 눈물이 왈칵 올라올 것 같아 이내 덮었다. 잃은 것은 이제 잃었다고 말하기 조차 무색할 만큼 저만치 아득하다. 또 언제고 오겠지, 언제고 왔다가 또 그렇게 사라지겠지, 한나절 잠시 머물다 흩어지는 빛 처럼 그렇게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머물다 흩어져 갈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한다. 모든 것은 곁에 잠시 머물뿐, 흘러 가는 길 위에 놓여 있다고, 곁에 머무는 그 잠시 동안이라도 그 아름다움을 잊지 않겠다고, 이제 그렇게 생각한다.
비가 오는 것이 좋아. 건조했던 멜번에 머물렀기 때문일까, 비가 오면 촉촉해지는 그 공기가 너무 좋았기 때문일지도. 서울의 하늘은 푸르른 날 보다 답답한 날이 더 많으니, 차라리 시원하게 비라도 뿌려 주는 편이 좋다. 더군다나 이렇게 푹푹 찌는 여름엔 더더욱. 비가 오는 것이 좋아져서 비가 와서 눅눅해져버린 과자도 습기를 잔뜩 먹어 부들부들 울어버린 벽에 붙여 놓은 종이까지도 오늘은 좋은 것 같네.
요즘 - 다시 공부를 하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도록 내버려 두었던 몸뚱아리를 다시 살살 다독여가며 하고 있는데, 100% 풀가동은 아직 되지 않고 있다. 간만에 어떠한 '집단'에 속해 있자니 묘한 긴장감에 가끔 울렁증이 도지긴 하지만,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하고 있다는 것이 설렌다. - 한 동안 어떠한 '집단' 혹은 '조직' 으로 부터 멀리 떠나 있다 보니, 지난 날 소속감이 없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 같은건 온데 간데 없고, 오히려 무언가에 딱 끼워맞춰져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살짝 버겁다. 낯가림 조차 없는 내가 사람들에게 극도로 조심하게 되는 이유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배가 되는 소심함? 모르겠다. - 사람이 어려워 지면서 마음도 무거워 진다. 누구에게나 거리낌 없이 내 이야기를 주절대던 내가 마음을..
쥰세 - 모두가 나를 이해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그 당연한 사실을 알고도 왜 나는 매번 이토록 열심인가. 나는 늘 너무 많은 것을 설명하려 애쓴다. 그래놓고서 다들 내 마음 같지 않다며 좌절하다니, 어리석다. 설명하려 애썼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 얼굴이 달아오른다. 어차피 선은 있는 법. 한계는 빨리 받아들일 수록 편하다. 아, 나는 언제쯤 포기할런가 모르겠다.
물음 그러니까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비 오는 여름 밤 비가 온다. 비가 오는게 너무너무 좋아서, '비 오니까 좋다' 라고 마음속으로 백 번쯤 말한 듯. 비오는 여름 밤. 비오는 여름 밤 이라니, 그 말이 너무나도 낭만적이라 나는 좋은 나머지 곧 쓸쓸해질 것 만 같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는 지금 아무도 없는 것 같아서, 이 깊고 푸른 여름 밤에. 나 홀로 깨어 있는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