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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새 취미 목디스크가 올 정도의 미친 독서에 이어 요새 꽂힌 일은 글쓰기다. 정확하게 말하면 만년필로 글쓰기. 처음에는 아침에 일어난 후 방어기제가 작동하기 전 45분동안 생각을 비워내는 Morning page를 하기로 마음 먹고, 이걸 꾸준히 하려면 글이 쓰고 싶을 만한 마음에 드는 노트와 펜을 구입해보라는 말에 옳다구나 만년필과 작은 노트를 들였다. 역시 장비의 힘이란 어마어마해서 만년필로 사각사각 글을 쓰고 있는 그 느낌이 좋아 쓸 말이 없는 데도 일단 노트를 펴고 아무말 대잔치를 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넉 달이 넘게 매일 일기를 쓰며 구입할 때 들어있던 카트리지를 다 쓰고 나니 카트리지 소모 속도가 감당이 안되겠다 싶어 병잉크를 사는 것이 경제적이겠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그것이 나의 착각 나의 실수 ..
Get better 미친 소리 같지만 한국어로 생각할 때 나는 훨씬 더 감성적인 사람이 된다. 반대로 영어로 생각할 때 나는 상대적으로 더 논리적으로 말하고 사고하고. 다시 말하면 나는 영어로 생각하고 말하고 살아가는 동안은 감성적일 틈이 없다는 뜻이겠지. 내 안의 모든 감성적이고 감정적인 나를 누르고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내가 되기 위해 애쓰고 있을테니까. 내 생각과 감정을 써 보기로 하고 영어와 한국어로 쓸 때 전혀 다른 관점의 글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내 모국어로 말할 때의 나는 주관적으로 나를 들여다 본 글을 쓰고, 영어로는 객관적으로 관찰한 나를 쓰려고 나도 모르게 애쓰게 되는 것이다. 뭐, 그게 꼭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영어로 생각하고 말해야 하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은 나에게 지금은 좀 더 다정한 ..
Burnout, I admitted it. 일 년 반쯤 전, 당시 다니던 회사에서 해주던 심리 상담에서 내 이야기를 쭉 듣던 상담사가 다짜고짜 당장 내일 HR과 매니저에 이야기 해서 한 달 정도 병가를 내고 쉬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 한 달 이나 병가를 줄리가 없다 생각했던 나는 말도 안된다고 했는데, 지금 병가를 내지 않으면 곧 mental breakdown 이 올 수 있다며 그렇게 되기 전에 쉬어야 한다고, 지금 쉬지 않으면 원치 않을 때 더 오래 쉬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가볍게 그 말을 무시한 나는 병가 대신 이직을 택했고, 그 사이 이 주 정도를 쉬고 입사 초기일테니 쉬엄쉬엄 교육이나 받자는 나이브한 해결책으로 갈음했다. 그 상담사의 말이 맞았음을 알게 되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멈춰야 하는 걸 알면서도 멈출 에너지도 없이 번아..
Ping 살아있다. 돌아왔다. 가장 나였던 곳으로.
겨울 2 그러고 보면 늘 겨울이었다. 내게 시련이라 느껴지던 계절은, 아, 아니 한 번의 여름이 있었구나. 아 좋았던 겨울도 있었던가... 모르겠다. 기억이 나질 않는 좋은 겨울 따위 이제 없는거나 마찬가지다. 바람이 차고, 숨쉴 때 마다 폐까지 얼어붙을 듯한 공기가 코로 스민다. 잔뜩 몸을 웅크린 나는 한 껏 경직된 근육 곳곳이 뻐근해 젖은 솜처럼 잔뜩 무거워진 걸음걸음을 한 발짝 한 발짝씩 옮겨가고 있다. 재밌는건, 대학 무렵까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은 겨울이었다는거다. 눈 내린 겨울의 아름다움과 낭만이 좋았고, 아무 일 없이도 그저 즐거운 연말과 들려오는 캐롤을 너무나 사랑해서. 그런데 뭐지, 남국을 떠난 후의 겨울은 줄곧 내게 시련이니. 가만히 있어도 손이 시리다.
좌표 이 곳으로 돌아왔다. 긴 여행이 끝나고 - 익숙한 모습의, 적당히 어지러운, 혼자서 조근조근 살아가던 그 집으로 들어선 기분. 잠시도 멈춰있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화살표가 되어 넓은 지도 위를 자신조차 잡아낼 수 없는 속도로 다니다, 어느 순간 땅으로 내려온 나는 작은 점이 되어 스스로가 위치해야 할, 표시되어야 할 좌표를 향해 머뭇 머뭇 지금 나는 좌표 없는 점이다.
설득의 문제일까, 아니면? 언제봐도 짜증나는 ㅈㅅㅇㅂ지만, 제목만 봐서는 피할 길이 없어 나도 모르게 클릭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참여연대 '서한' 파문] "내 심장이 썩어… 인제 제발 그만 하길" 내용은, 천안함 사고로 소중한 아들을 잃은 한 할머니가, 안보리에 천안함 의혹을 재기하는 서한을 보낸 참여연대에 찾아가서 제발 그만 두라며 호소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 처장에게 "이북에서 안 죽였다고 하는데, 그럼 누가 죽였는지 말 좀 해 보라"며 "모르면 말을 말아야지 뭐 때문에 (합동조사단 발표가) 근거 없다고 말하나. 이북 사람들이 잘못했다고 말해도 한이 풀릴까 모르겠는데 왜 이북 편을 드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씨는 또 "모르면 모르는 대로 넘어가야지 왜 외국에 서신을 보냈나. 우리나라가 해결할 일을 왜 외국까지 알리냐..
독도가 왜 우리땅이냐 물으신다면, 흥분하고 감정을 앞세우기 전에 먼저 왜 우리땅인지, 왜 지켜야 하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배우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니까. 바로 전 대통령 께서는 이리 정확히 알고계신데, 그것까진 바라지도 않으니 임기 끝날때 까지만이라도 부끄럽게 헛소리 하고 다니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