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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hbl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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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 그녀의 책과, 델리스파이스의 오랜 노래, 그리고 몇 가지 기억들에 기대어 숨을 고른다. 그 밤, 그 거리의 풍경과 냄새와 걸음 걸음의 발자국 소리가 생생히 스치고, 그 다음엔 누구의 것인지 모를 마음이 스친다. 다 기억할 수 조차 없는 그 날의 이야기들. 찰칵, 하는 셔터음, 그리고 가슴이 저릿할 만치 활짝 웃고 있는 기억속의 나. 무엇이 나를 그토록 웃게 했을까. 과거에 기대어, 나는 미래에 살고 있다. 오지 않을 것들과 다가올 것들을 미리 느끼면서, 나는 느껴지는 모든 것들을 모른체 한다. 무엇인가가 잘못된거다 - 라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좋다. 무언가 더 바른 상태가 어딘가에 있다는 것이 나에게 위안이 된다. 오늘, 소금끼를 머금은 끈적한 바닷바람도 없이, 쏟아지는 햇살에 반짝이며 출렁이는 바닷물과..
오늘은 그런 날 오늘은 술술술 글이 잘 써지는 날. 그러나 하나도 공개할 순 없지요. :P
바이러스 어제 얻어온 프로그램을 깔아 볼까 싶어 USB를 꽂았는데, 갑자기 늘상 잠잠하던 백신 프로그램이 떴다. 바이러스가 침입한 것이다. 산지 반 년도 안된 노트북에 바이러스 따위라니. 집에 돌아와 귀걸이를 빼며 거울을 보는데, 아랫 입술이 이상해 자세히 보니 수포가 3개나 올라와 있다. 벌써 입술 아래로 번진 상태. 요 며칠 내 피곤하다 싶더니, 바이러스가 도진 것이다. 이 바이러스는 내내 잠복해 있다 조금 피곤하다 싶으면 이렇게 보란듯이 기막힌 타이밍에 나타난다. 나는 얼마나 많은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을까. 내가 알지 못하게 잠복해 있는 바이러스는 어느정도 일까. 백신을 깔고 백업을 해둘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몸과 마음은 그 흔한 백신이나 백업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덜컥, 바이러스에 감염..
10:05 AM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서, 창문으로 빛이 희미하게 새어들어와 눈가에 어슴푸레 빛이 닿을라치면 단 번에 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뜨게 되었다.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조금이라도 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기 위해 일찍 일어난다. 지금 일어나야 조금 이라도 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무언가 꼼짝하기 싫은 자신을 억지로 구겨넣어 몸을 일으키고, 내키지 않는 걸음을 해야 하는 그 순간 까지,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것이라고 해야겠지. 눈 뜨기가 무섭게 세수도 마다하고 밥부터 차리기 시작해서, 밥이 되어가는 동안 한 손에 든 씨리얼을 해치우고, 관심도 없는 뉴스를 틀어놓은 채 멍하니 앉아 듣는 둥 마는 둥 밥을 먹고, ..
It's me. "분명히 기억해 둬, 넌 어딜가나 일에 있어서든 뭐든 인정 못받은 적 없는 애라는거." "잊지마. 정말 내가 가장 자신하는 너의 세가지. 일, 사랑, 긍정적인 해피 마인드. 빈 말 단 모래알도 없는 말." "가끔 내 동생이지만, 일을 함에 있어서 어쩜 이렇게 파트너를 신뢰하게 하는가 하는 생각 해. 비록 조금 부족하더라도 일단 하면 완전 의지 왕성해서 얼마든 잘해내버리고 말 것이 분명하다는 믿음을 심어주거든. 그래서 다른 몇 명의 파트너 보다 너 한 명과 일하는게 맘도 편하고 일 능률도 몇 배였어. 잊지마." 응. 책상에 붙여두고 매일 보며 기억하라는 언니의 말, 잊지 않을께. 기억할께.
무라카미 하루키와 눈을 감자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난 군것질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고구마나 견과류 같은 할머니 간식이 오히려 내 취향. 물론 그런 나도, 유일하게 먹는 과자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눈을 감자'. (두둥) 놀랍게도 내가 눈을 감자를 사랑하게 된 계기는 바로 일본의 대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때문이었다. 뭐 이게 웬 소 풀 뜯어먹는 소린가 싶겠지만... 사실이다. 눈을 감자 , 마음의 동요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것은 슬픔이나 고독감을 넘어선 , 나 자신의 존재를 부리째 뒤흔드는 듯한 , 깊고 커다란 물결이었다. 그 물결의 일렁임은 언제까지나 계속되었다. 나는 벤치의 등받이에 팔꿈치를 대고, 그 일렁거림을 견뎌 내고 있다. 아무도 나를 도와 주지 않았다. 아무도 나를 구제할 수 없는 것이다. 바로 내가 그 누..
요리 요새 나는 요리와 사랑에 빠졌다. 완전히. 식욕 이외에는 그 어떤 욕구도 채워지지 않는 요즈음, 요리는 나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이자 낙이 되었다.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웠거나, 기가막힌 맛을 낼 줄 안다거나, 그도 아니면 먹기 아까울 만큼 아기자기 하고 예쁜 요리를 만들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솜씨좋은 엄마 밑에서 먹을거 하나는 잘 먹고 자랐고, 중학교 때 부터 요리를 배운 동생 덕에 어깨너머로 흉내만 좀 낼 따름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요리를 하는 것이 즐거워졌다. 행복해졌다. 생각해보면 내가 처음 '요리'라 부를 만한 요리를 했던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무렵, 나는 어릴적 아직 학생이던 이모, 외삼촌과 한 집에 산 덕에, 맞벌이하는 부모님을 뒀지만 혼자 밥을 먹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
요새 요새 나는 마음에 그늘이 들어, 꼼짝도 하기 싫어져 버렸다. 나가야 하는 시간에, 씻고 준비해야 하는 시간까지 더한 다음, 그 시간 까지 꼼짝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이대로 꼼짝하지 않을테야. 꼼짝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다가도, 정작 그런 날에는 마음에 빛이 들만한 무언가라도 해야겠다 싶어 이리저리 분주히 오간다. 원하는 대로 되지도 않는 날에는, 쉬지도 못해 지친 마음만. 겨울이 너무 길다. 그래서 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