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요일 오후의 조각
일요일 오후, 조금 졸리다 싶을 만큼 느릿 느릿 짐을 하나 둘 챙겨넣고 옷장을 정리하다 문득 답답해져 창문을 열었더니,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 운동장의 아이들 소리, 적당히 차가운 공기가 뒤섞여 묘하게 편안한 일상의 배경음이 된다. 아, 일요일이구나- 문득 깨닫고, 모처럼 일요일의 느긋함을 즐기고 있다는 기분에 마음이 차분해진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렇게 느긋한 기분으로 주말을 보내는 것이 얼마만인가, 놀라웠다. 그간 무엇 때문에 그토록 마음이 시달렸을까. 내 지나온 시간엔 조급함 뿐이었던 것 같다. 푹 잤다는 느낌이었지만 유쾌하지 않은 꿈. 별로 배가 고프지도 않아 한참을 그렇게 누워있다가, 쿠키를 한 개 먹고, 전 날 끓여둔 계란 죽으로 요기를 하고, 또 짐 정리를 하다가, 귀찮으면 또 음악을 듣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