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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감정의 불안 어쩌면 사랑이라는 감정은 자신을 불안정한 상태에 빠지게 하는 엄청난 일이 아닌가. 책을 읽다 문득 사랑이라는 감정의 불안에 대한 생각에 사로 잡혀 책장을 잠시 덮어두었다. 사랑을 하면, 보통은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아무렇지 않았던 일들이 큰 감정의 동요로 다가오고, 감정의 기복이 가파른 그래프를 그려 나가기 시작한다. 어쩌면, 사랑을 하지 않는 상태가 오히려 더 안정되고, 편안한 자신 본연의 모습인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언제나 '아, 저여자는 지금 사랑하고 있나봐'라는 느낌을 갖게 하고 싶어했던 생각들이 조금 멀어진다. 사랑이 그렇게 불완전한 것이고 불안정한 것이라는것이, 몰랐던 사실도 아닌데 갑자기 불안해지는 것이다. 사랑을 하는 것이 더 편안하고, 평화롭고, 풍요로운 것이라 믿었는데, 왜..
가기 싫은 여행 혼자 가는 여행 내일 일본에 간다. 혼자 가는거면 좋겠다. 안 그래도 좀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데, 그런거면 정말 감사하게 다녀올텐데. 혼자 공원에 가서 낮잠을 잔다거나,(작년 오사카성 잔디밭에 누워 햇볕을 이불 삼아 잤던 낮잠의 달콤함이 아직도 남아있는 듯 해) 시모기타자와의 예쁜 카페에서 책을 읽는 다거나, 결국 여기 쓰진 못했지만 정말 대 만족이었던 올해 휴가처럼. 올해 휴가는 혼자 보냈다. 의도적으로. 뭐 매일 꼬박꼬박 누군가와 함께 하긴 했지만, 휴가의 절반은 혼자 보내려 노력했다. 혼자 보내는 휴가는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하릴없이 발 길 닿는대로 여기저기 많이 걷고, 또 가다 지치면 앉아서 책도 보고, 우연히 발견한 예쁜 카페에 가서 시원한 쥬스를 한 잔하기도 하고, 사진도 찍어보고. 누구나가 해봤을법한 ..
아내가 결혼했다 영화를 보고 어지간해서는 좀처럼 리뷰를 쓰지 않는 편인데, 왠지 이 영화는 꼭 내 느낌을 어떻게든 정리하고 결론을 내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이 든다. 뭐, 책을 읽기도 했고.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마음이 불편했다. 뭐랄까 마냥 웃어지지도 않고, 덕훈에게 너무 감정이 이입 되었나 보다고 나름의 결론을 내렸지만, 그것으로도 개운치 않았다.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이 조금 풀리긴 했지만, 어쨌거나 책을 빨리 읽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날 바로 읽어버렸다. 내게 책 속의 인아와 영화속의 인아는 조금 달랐다. 뭐랄까, 영화속의 인아보다 책 속의 인아가 조금 더 인아다웠다. 그녀는 손예진 만큼 이쁘지도 않았으며, 영화속의 애교 덩어리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조금 더 섬세했다. 책을 읽고 나자 ..
nothing 열차는 신도림역에서 멈췄다.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갔고, 나는 신도림역의 끝과 끝에 있는 양쪽 출구를 번갈아 올라갔다. 그러는 새 사람이 좀 줄었던가, 빨리 가야겠다는 조급한 마음도 없고, 읽던 책이나 천천히 보며 기다려야 겠다고 생각하고 나무에 기대 서 있었다. 두 개의 콜택시 회사에서 거절 당하고, 승차거부를 열 번쯤 당한 것 같다. 대체 서울 택시들은 왜 이모양인거야, 제주도 같았으면 어림도 없을 일. 갑자기 비교하는 것도 한심하다. 그렇게 생전 처음보는 골목을 한 시간쯤 쏘다니다 천 원을 얹어주고 택시를 탔다. 오늘이 토요일이라는걸 생각하니 그래도 기분이 괜찮다.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 아무것도 아닌 일. 이런건 내일이면 지울지도 모르지만.
생각 나는 대로 끄적거리는 이야기 생각나는 대로 끄적거려 보기로 했다. 오늘은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서 답답한 날이었기 때문에, 집에 가자 마자 머릿속에 꽉찬 생각 들을 어떻게든 조금 내려놓기로! - 뭐든 나 답게 해치워 버리기로 했다. 일이든 공부든 연애든 노는거든 간에, 나답게. 누구 눈치를 본거니 대체? 기똥차게 잘났다고는 못하겠으나 늬 보기 부끄럽지 않게 나 열심히 살고 있어. 나 요새 진짜 열심히 살아. 앞으론 더 그럴꺼다 진짜. - 오늘 백 년 만에 노래방에 갔는데 신났다. 역시 난 가끔 생각 없이 몸을 흔들어줘야 해. 노래 잘 하고 싶다. 춤도 잘추면 좋으려나? 나중에 내 자식이 커서 b-boy나 연예인을 하겠다고 나서면 어쩌나 둘이 걱정하며, 낄낄 - 안하던 버릇도 관두기로 했다. 쓸데없는 걱정, 지나친 의심, 복잡한 ..
혼자 살기 3일 내내 서점으로 출근했다. 이번 휴가 계획 중 하나가 '하루에 책 한 권씩 보기'('읽기'가 아니라 '보기'다;)였는데, 목표 이상으로 책들을 해치워나가고 있다. 사실 바쁘디 바쁜 일정 속에 서점에 3일 연속 출근하게 된 이유는 박지영씨의 신간을 사기 위해서였다. 박지영씨는 내가 근래 들어 가장 좋아하고 또 닮고 싶은 분. 그녀는 잡화를 모으는게 취미인, 한 때는 웹 디자이너였던, 웹 기획자다.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여행을 하는. 이 쯤이면 내가 왜 그녀를 좋아하는지 더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 :) 25일 출간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저께 처음 서점에 갔는데 아직 책이 깔려있지 않아 돌아오고, 어제 다시 부푼마음으로 갔더니, 역시나 입고는 되었으나 재고가 없다는 것. 집에 가는 길에 책을 볼 ..
Dirty cash 2 약속시간 보다 좀 일찍 도착한 탓에 여기저기 어슬렁 거리던 차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이건 또 누군가...살짝 귀찮은 듯한 목소리로 여보세요 했더니, "***씨 되세요?" "네" "아 네 지금 혹시 많이 바쁘신가요?" "네????누구신데요?" 모르는 번호라 살짝 불쾌한 듯 되물었더니, 대뜸 정중히 FM을 대며 학회장이란다. 나보다 두 살 아래인 후배 녀석. 이 녀석으로 말할 것 같으면 OT때 얼굴 좀 텄다고 얼굴 볼 때마다 "누나, 밥~"을 외치던 녀석이었는데, 고것이 괘씸해서 내가 그 때마다 '선배들은 땅 파면 돈나오냐'며 구박깨나 했던 후배다. 물론 그런 녀석이라 밥은 한 번도 사지 않았다. 까짓거 한 번 사줄 수도 있었는데, 기어이 안 샀다. 못 사준게 아니라 안 사준게 맞다. 그러고는 가끔..
평범하게 난 어릴 적 부터 추석이면 TV에서 줄줄이 나오는 특집 방송이며, 연말마다 시끌벅적 요란하게 해대는 시상식이며 하다 못해 새 학기 어수선한 분위기조차도 별로 안 좋아했다. 뭐랄까 - 그냥 차분하지 않고 붕 떠 있는 기분이 싫었던 것 같다. (그래도 겨울마다 거리에 캐롤이 울리는건 좋지!) 그냥 잔잔한게 좋아 - 아무 일 없는, 아무 날도 아닌, 그저 그런 평범한 어느 날 처럼 특별히 요란하지도, 어수선하지도 않게, 그렇게 잔잔하게 흘러가는 하루가 좋더라 나는. 아무 날 도 아닌데, 이유없이 기분 좋은 그런 날이 나한텐 더 오래 기억에 남아 항상. 특별히 별 일 없는데 괜히 기분 좋은 그런 날 있잖아, 언제인지 다시 기억하려고 해도 잘 기억도 안 날 만큼 가물가물하게 생각나는, 달력에 표시하려면 한 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