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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는 일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세상에는. 도무지 내 힘으로는 어찌해 볼 수 없는 일들이, 시간이 갈 수록 창고 가득히 쌓여가는 기분이다. 그것들이 쌓여 벽이 되고 그 벽이 내 앞에 아찔하게 서 있는 느낌. 나는 그 벽 앞에서 매번 똑같이 주저 앉는다. 정말 어쩔 수 없었다. 그것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생각할거야. 매일 침을 맞아야 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갑자기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기분도, 또 그러고 아무일 없듯이 깔깔 대고 웃어버리는 것도, 다 어쩔 수 없어. 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로서는.
17세의 나레이션 감정을 가지는게 무서워. 기껏 길들여진 뒤 돌아오는 것은 왜 상처와 자기모순일까. 길들임의 행복은 너무 금방 끝나는 느낌이야.
두렵다 말 할 수 있는 용기 두렵다. 두렵다고 말하는 데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다. 무엇이 그렇게 어려웠을까? 입 밖으로 내뱉은 그 순간, 나는 바로 두려움이 나를 온통 집어 삼켜버릴것만 같은 공포에 시달렸다. 인정하는 것 - 나는 그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다른 이에게 곡해된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이 싫어, 나는 먼 길을 돌아갔다. 그러나 돌고 돌아 지금 이렇게 제자리에 다시 돌아오고 보니, 지난 시간동안 나의 모습이 한 없이 안쓰러워지는 것이다. 내 안에 담긴 모든 것들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질 무렵, 나는 그 무게에 눌려 점점 발 밑으로 서서히 꺼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가라앉는 것은 나 뿐 - 모든 것은 그 자리에 그대로, 그마저도 너무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그것을 놓아야 한다는 사..
미소가 떠올랐던 평범한 순간들 그를 위해 정말 좋은 사람들을 사귀어 놓고 그를 위해 맛있는 식당들을 알아놓고 그와 이야기하기 위해 책을 골라 읽고 영화도 보아두고 철새와 뱀과 고래와 사슴벌레의 습성들에 귀 기울여둔다. 그를 위해... 잎지는 가을 숲길과 칠월의 가로수가 그늘을 드리운 시골 국도를 발견해놓고 배들이 섬으로 떠나는 항구의 시간표를 알아놓는다. 그를 위해 내 일기장을 정리하고 사진들을 연대순으로 꽂아놓고 지도위에서 그와 함께 갈 먼 나라들의 순서를 정한다. 그를위해. 어쩌면 다음생에서 만날 그를 위해,
키친 나는 이제 이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시시각각 걸음을 서두른다. 시간의 흐름은 막을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 나는 갑니다. 한 차례 여행이 끝나고,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된다. 다시 만나는 사람이 있고, 만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나도 모르게 사라지는 사람, 스쳐 지나가는 사람. 나는 인사를 나누며 점점 투명해지는 듯한 기분입니다. 흐르는 강을 바라보면서, 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저 어린 시절의 흔적만이, 항상 당신 곁에 있기를 간절하게 기도합니다. 손을 흔들어주어서, 고마워요. 몇 번이나 몇 번이나, 흔들어준 손 고마워요.
하얀 강 밤 배 다만 한가지, 이사랑이 외로움 덕분에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내내 알고 있었다. 빛처럼 고독한 이 어둠속에서 둘이 말 없이, 저릿한 마음을 떨치지 못하는 것. 그것이 밤의 끝이다.
빵빵빵, 파리 페이지를 넘겨요. 이미 지나간 일은 돌아보지 말고, 현재에 머물지도 말고, 페이지를 넘기라고. 지금의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오로지 스스로 페이지를 넘기는 것 뿐이라고. 페이지를 넘기는 일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지 않느냐고 그리고 그 페이지를 새롭게 써나가라고. 앞으로 펼쳐질 아름다운 이야기를 써나갈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신이라고.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다시 꿈꿀 수 있고, 다시 시작할 수 있고, 다시 뛸 수 있고, 그리고 고통에서 벗어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삶은 뜨거운 것이고 살아봐야 삶이 되는 거라고. 그러니 페이지를 넘기라고.
사랑이라는 감정의 불안 어쩌면 사랑이라는 감정은 자신을 불안정한 상태에 빠지게 하는 엄청난 일이 아닌가. 책을 읽다 문득 사랑이라는 감정의 불안에 대한 생각에 사로 잡혀 책장을 잠시 덮어두었다. 사랑을 하면, 보통은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아무렇지 않았던 일들이 큰 감정의 동요로 다가오고, 감정의 기복이 가파른 그래프를 그려 나가기 시작한다. 어쩌면, 사랑을 하지 않는 상태가 오히려 더 안정되고, 편안한 자신 본연의 모습인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언제나 '아, 저여자는 지금 사랑하고 있나봐'라는 느낌을 갖게 하고 싶어했던 생각들이 조금 멀어진다. 사랑이 그렇게 불완전한 것이고 불안정한 것이라는것이, 몰랐던 사실도 아닌데 갑자기 불안해지는 것이다. 사랑을 하는 것이 더 편안하고, 평화롭고, 풍요로운 것이라 믿었는데, 왜..